자연다큐멘터리

국내 첫 어린이 '교양다큐' 만든 신동영 감독을 만나다

盛月 2012. 1. 31. 10:46

국내 첫 어린이 '교양다큐' 만든 신동영 감독을 만나다

14년간 자연의 삶을 기록해 온 이가 있다. 동식물의 한살이를 한 장의 비디오테이프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게 그의 일.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자연 풍경의 기록은 하나 둘 쌓이더니 1000편을 훌쩍 넘겼다.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 신동영 씨(57세) 얘기다.


최근 신 감독은 그동안의 촬영 분량을 한데 모아 30편의 다큐멘터리로 엮어 발표했다. 제목은 ‘뿌치와 함께 떠나는 자연여행’.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어린이 시청자를 겨냥한 작품이다. 지난 28일, 경기 구리시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신 감독을 만났다. 그는 “빽빽한 아파트로 둘러싸인 도심에선 자연을 유심히 살펴볼 기회가 적다”라며 “영상을 통해서나마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어 제작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신동영 감독이 촬영한 각종 동식물의 모습. (왼쪽부터) ①노랑망태버섯 ②오리 가족의 나들이 ③까막딱따구리 ④알을 낳고 있는 우렁이 / 신동영 감독 제공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을 선물하자!”
‘뿌치와 함께 떠나는 자연여행’은 우연한 기회에 탄생했다. “3~4년 전 주부들을 대상으로 비디오카메라 촬영 기법을 강의한 적이 있어요. 실습 수업 시간에 수강생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죠. 수강생 중엔 자녀와 함께 강의를 들으러 온 분도 꽤 있었어요. 촬영 소재 중 자연만 한 게 없거든요. 자유롭게 찍어보라며 시간을 줬더니 자녀와 함께 꽃과 나무를 들여다보며 즐거워들 하더군요. 특히 작은 풍경 하나에도 신기해하는 어린이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때 생각했죠. ‘아, 이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자연을 보여줘야겠다!’고요.”


신 감독은 작업실을 뒤져 이제껏 촬영한 분량들을 다시 살폈다. 풋내기 촬영감독 시절부터 닥치는 대로 찍었던 테이프들이었다. 그는 그중 몇 해 동안 집중적으로 찍어둔 특정 동식물의 촬영분을 추렸다. 신 감독은 “희귀 동·식물 관련 내용이어도 그들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영상은 과감히 배제했다”라며 “5분짜리 1회 분량을 만들기 위해 수년간 촬영한 자료를 거듭 편집했다”고 말했다.

구리=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부족 분량 찍으러 다시 ‘들로 산으로’
총 30편의 동·식물의 기록을 정리하고 편집과정을 거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3년. 이 과정엔 해당 동식물의 일생을 어린이 시청자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딱딱한 다큐멘터리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캐릭터 ‘뿌치’가 그것. 초록빛 피부를 지닌 도깨비 모양의 뿌치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번 작품엔 많은 이들의 땀이 녹아 있어요. 전 1984년 처음 카메라를 잡은 이후 줄곧 영상만 담아왔죠. 이야기 구성이나 캐릭터 제작 같은 건 제 전공 분야가 아니에요. 제 영상에 이야기와 대본을 붙여준 건 전문 구성 작가였죠. 한 영상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퀴즈 문제도 그분들의 작품이에요. 뿌치는 MBC에서 타이틀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지인이 맡아줬고요.”


편집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특정 동물의 한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구성한 후, 그간 찍은 영상을 꼼꼼히 살피며 퍼즐 맞추듯 영상을 완성해나갔다. 하지만 어떤 장면은 엇비슷한 게 너무 많고 또 어떤 장면은 필요한 부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그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자연으로 향했다. 원하는 영상이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이번 작품을 만들며 제일 힘들었던 것도 머릿속에 담아놓은 장면을 얻기 위해 기약 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린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공부보다 중요한 ‘자연 바라보기’ 
그는 “자연의 가장 큰 특징은 거짓도, 꾸밈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에겐 공부 못지않게 자연을 바라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곤충이나 새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제멋대로인 듯하지만 그 안엔 뚜렷한 질서가 존재해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존중해주는 게 눈에 보이죠. 자연 관찰은 정서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자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그렇게 편안해질 수 없거든요. ‘이렇게 좋은 환경을 오염시켜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절로 들죠. 어쩌면 요즘 아이들에게 자연 공부는 학교 공부보다 훨씬 중요한 걸지도 몰라요.”


신 감독은 이 일을 시작한 후부터 줄곧 자연, 그리고 문화유산이란 주제를 고집하며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똑같은 대상이라도 촬영에 나설 때마다 매번 새롭게 느껴져서”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그는 소년조선일보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어렸을 때의 기억은 유난히 오래갑니다. 그 기억이 자연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예요. 어린이 여러분, 가끔은 자연으로 눈길을 돌려보세요. 습관처럼 자연과 친해지다 보면 어느새 훌쩍 자라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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