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다큐멘터리

자연다큐 작가 신동영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盛月 2006. 11. 18. 09:50
 
책에서 못 배운것 자연이 다 가르쳐줬죠”
자연다큐 작가 신동영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촬영 들어가면 2~3시간 벌서는 건 기본...
현장 뛰어다니며 독학으로 국내 최고 자리에

지난 9월 8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한강 둔치. 10여명의 남녀가 저마다 디지털캠코더를 삼각대에 올려 놓고는 코스모스로 가득찬 둔치를 찍고 있었다.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디지털영상제작 전문가 과정 수업 시간이다. 학생들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까지 다양했다.

“교수님 코스모스 위에 있는 나비 애벌레가 작아서 초점을 못 맞추겠어요.” 한 학생이 물었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움직이니까 줌인, 줌아웃만 해서는 초점을 맞출 수가 없어요. 게다가 표준렌즈가 아닌 접사렌즈를 사용하니까 배율을 맞추기도 쉽지 않지요. 이럴 땐 배율은 고정시키고 대신 캠코더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초점을 맞추세요.”

과정 주임교수이자 비디오작가인 신동영(50) 교수는 책에선 찾아 볼 수 없는 실제 촬영 기법을 설명해줬다. 신씨의 수업은 이처럼 100% 실전 대비용 실습이다.

영상예술협회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씨는 올 초 협회와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가 공동으로 개설한 이 과정을 협회 고문인 오치선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이사장(전 명지대 교육대학원장)의 권유로 맡게 됐다.

신씨는 영상은  경험으로 터득한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 기법에서는 일반 비디오작가들 사이에선 국내 최고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신씨는 “자연 다큐멘터리는 한번 촬영을 시작하면 최소 2~3시간 꼼짝하지 말고 있어야 할 정도로 힘들어 국내에선 영상업계의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직종)로 불린다”며 “때문에 자금력이 풍부한 지상파 방송 외에 일반 비디오작가들이 도전하길 꺼려해서 전문가도 적다”고 말했다.

신씨가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구리시에서 영상 제작 사무실을 운영하던 1996년 말 시청에서 여성생활교실의 홈비디오반을 개설하면서 그에게 강사를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당시 8㎜ 비디오카메라 보급이 늘고 있었지만 인구 14만명이었던 구리시에선 비디오 촬영을 전문으로 하던 사람이 신씨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할 정도로 강사 요원이 부족했다.

신씨는 “덜컥 강의를 맡겠다고 했지만 처음엔 정작 뭘 가르쳐야 할지 막막했다”며 “실내에서 찍는 건 제한이 많아서 야외에 나가 자연을 촬영하는 걸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신씨는 업체 홍보물이나 결혼식 비디오 등을 찍으면서 구리시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던 때였다.

▲ 신동영 교수가 코스모스 벌판 촬영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남을 가르치기 위해선 자신이 먼저 촬영 기법을 익혀야 했다. 그래서 수업이 있는 목요일을 빼고 일주일에 엿새를 구리시 인창동 동구릉에서 살다시피했다. 오전 4시에 기상, 아침·점심은 빵으로 때우면서 밤 늦게까지 비디오카메라를 지켰다. 구리문화원 이사였던 그는 평소 친분을 쌓아 왔던 인맥을 동원해 출입 제한구역에까지 들어가 새·곤충 등을 찍었다.

“자연 다큐멘터리에 한번 빠지니까 다른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렇게 3년을 했더니 자연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참나무 줄기에 난 상처에서 진액이 흐르는 부분을 무심코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어느날 우연히 진액을 먹으러 온 나비 촬영을 시도하다 실은 참나무의 상처가 곤충 촬영의 보고(寶庫)란 걸 발견했다. 나비, 장수말벌, 사슴벌레 등이 영역 싸움을 벌이는 곳이었던 것이다.

사마귀는 거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TV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먹이 잡아먹는 장면도 촬영을 위해서는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터득했다. 또 망태버섯이 망사 모양으로 펴지는 것을 촬영할 수 있는 시각은 새벽 1~4시라는 것도 밤샘 작업을 하다 발견했다. 모두 책에는 설명이 없지만 실제 촬영에 있어선 중요한 것들이었다.

신씨는 “도록에 있는 동식물 사진을 보고 동영상으로 찍으려고 기다리다 보니 이론과 실제는 많이 달랐다”며 “자연 다큐멘터리는 현장 경험이 우선이고 다음으로 필요한 게 인내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물 다큐멘터리와 달리 자연 다큐멘터리는 시간의 흐름을 조절할 수 없고 연출을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는 게 단점이자 매력”이라고 말했다.

동구릉에서 시작된 자연 다큐멘터리 찍기는 전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다니는 것으로 발전했다. 신씨는 1997년 이후 7년여 동안 확보한 비디오테이프 300여개, 디지털 파일로 300여시간 분량의 영상을 비축해 놓고 있다. 앞으로 닥쳐올 콘텐츠 확보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케이블TV, 위성방송 등으로 방송 영역이 확대되고 자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양질의 자연 다큐멘터리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씨는 백두산 등 ‘한국의 아름다운 산하 20선(選)’을 촬영 중이다. 3년 전부터는 매미·사마귀 등 한 주제만 다뤄 5분짜리로 편집한 자연 다큐멘터리식 교육 프로그램을 시리즈로 만들고 있다. 100편이 목표인데 올해 안에 50편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미 확보한 콘텐츠는 구리시에 제공하거나 위성방송·케이블TV 등에 다큐멘터리나 프로그램 재료로 공급하고 있다.

경북 문경이 고향인 신씨는  1976년 구리로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비디오 촬영과의 인연은 회사 홍보실에서 어깨너머로 보급 초기에 있던 비디오카메라를 접하면서부터. 1989년 종로에 있는 비디오 촬영 학원을 다녀 기초를 배웠다. 취미로 주변 사람 결혼식에 회사 카메라를 빌려다 예식 비디오를 찍어 주다 투잡(two-job)족이 됐다. 당시 예식장 촬영 보수는 회당 15만원. 일주일에 2건만 해도 월급하고 비슷했다. “돈이 되겠다”라는 생각에 비디오 촬영 사무실을 구리에 냈다.

그때부터 익힌 게 1인 제작시스템. 혼자 3년 동안 제작한 ‘역사의 한강’ 프로그램은 2000년 대한민국 영상대전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방송국은 헬기를 띄워 촬영하는데 ‘역사의 한강’ 카메라맨은 전경을 잡기 위해 산을 올라가면서 고생한 정신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디지털 영상제작 전문가 과정도 기획부터 시작해서 구성·촬영·편집·녹음까지 한 사람이 하는 1인 제작 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방현철 주간조선 기자(bangh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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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olist geolist http://blog.daum.net/geolist Y 2006.06.27 08:45  
고생은 하셨지만 이젠 1인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구리시의 유명인사가 되셨군요. 이처럼 고향 사람이 성공한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지요.   주간조선의 이 기사를 '농암사랑'에 퍼다가 널리 알리겠습니다. 괜찮지요?


성월 성월 http://blog.daum.net/sdy0807 Y 2006.06.27 09:31   
아직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더욱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거북이 거북이 sinsugi57@hanmail.net Y 2006.08.10 18:29  
구리에 이사와서 가끔은 이야기를 접하였으나 고향사람인줄 몰랐구요 그냥 성과 이름이 비슷하여 같은 종씨인가보다 했는데~ 반갑습니다!! 기분좋고 자랑스럽습니다! 더 많은 활동하시고 좋은 작품 만드시기 바랍니다.           (한진그랑빌 신동숙)


성월 성월 http://blog.daum.net/sdy0807 Y 2006.11.17 13:27   
거북이님 반갑습니다. 블로그 방문을 환영하면서 기브개 생각합니다. 바쁘다는 핑게로 블로그 관리가 잘 않되고 있습니다. 많은 정보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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